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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회 자료 <국내외정세보고>를 통해 본 정세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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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독립운동은 1919년 3.1운동 무렵 국내로 들어온 사회주의의 영향으로 인해 좌우로 분화되어 사상‧이념적 성향이 강해졌다. 사회주의의 영향은 농민운동‧노동운동‧청년운동 등의 분야로 강하게 나타났다. 경북지역 역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또는 아나키즘과 같은 사상에 영향을 많이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무수한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독립운동의 좌우 분화는 점차 비타협적으로 서로 다른 노선으로 걸으며 갈등하기도 했는데, 1926년 제2의 3.1운동으로 평가되는 6.10만세운동이 일어나면서 통합의 계기가 생겼다. 이것이 바로 신간회(新幹會)였다.

<사진1> 신간회 안동지회 제2회 정기대회 모습

1927년에 조직된 신간회는 항일투쟁기 최대 규모의 민족운동 단체로, 전국 약 150여 곳의 지회가 있었다. 경북에서도 거의 전역인 22개 군에서 지회가 설립되었고, 그 가운데 안동지회는 평양지회 다음으로 규모가 컸다. 이들은 일제의 교육정책에 저항하기도 하고, 농민·노동·여성·청년·형평·학생운동과 연계하여 대중 계몽운동을 펼쳤다. 여성들도 통일적 지도기관인 근우회를 조직하였는데, 경북에는 6곳에서 지회가 설립되었다.

<사진2> 신간회 안동지회 제2회 정기대회 단체사진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에는 신간회의 활동과 관련하여 실증할 수 있는 유물 1점이 전시되어 있다. 이는 1927년 신간회에서 작성된 국내·국외의 정세에 관한 보고서의 필사본을 모본으로 하여 인쇄된 문서이다. 국내 정세 관련 1장, 1928년도 예산안 1장, 국외 정세 관련 2장의 총 4장으로 이루어 져 있다. 이 문서가 발급된 연도는 정확히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국내정세보고」에서 “금년 2월 15일 신간회 창립 …(하략) ”이라는 기록을 통해 이 문서의 발급 연도를 신간회가 창립된 1927년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일제정보문서 가운데 『사상문제에 관한 조사서류』3, 「신간회 경성지회 대회 준비위원회에 관한 건(1927년 11월 25일)」에는 1927년 11월 22일 신간회 경성지회 대회 준비위원회를 개최하면서 제1부 회의 내용으로 홍기문(洪起文) · 김횡진(金宖鎭)이 ‘국내·국외 정세보고’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적어도 11월 22일 이전에 이 문서가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3> 思想問題에 關한 調査書類 3_1927년 11월 25일 신간회 경성지회 대회준비위원회에 관한 건(京鍾警高秘 제13337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자. 첫째, 「국내정세보고」이다. 신간회 창립이 가지는 의미와 당위성을 설명하고, 신간회 출현 이후 청년조선총동맹 · 근우회(槿友會)의 창립과 노농총동맹의 분립, 영남친목회(嶺南親睦會)와 오성구락부(五星俱樂部) 설립 계획의 무산, 호남동우회(湖南同友會)의 해체 등의 상황에 대해 기술하였다.

<사진4> 국내정세보고

여기에는 특히 신간회의 창립이 ‘한국독립운동의 일대전환’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중심으로 생겨난 각계 단체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또한 당시 사회운동가들에 의해 성립된 중앙협의회 소집을 ‘양당분립’이라고 일시로 착각하였지만 이것이 부결되었고, 이후 신간회의 설립 취지와 목적에 위반된 영남친목회와 같은 군소 단체들도 민족단일당 정신에 위배되어 이를 배격함으로서 결국 흐지부지되거나 해체되었다. 이러한 모습은 이 단체가 지향하는 점이 결국 민족유일당 정신과 좌우의 통합이었음을 알 수 있다.

<사진5> 1928년도 예산안

둘째, 「1928년도 예산안」이다. 신간회의 당해 1년 총예산 3,000원에 대해 수입부와 지출부로 나누고, 수입예산은 회비와 기타 수입으로 충당한다고 명기하였다. 지출예산은 다시 경상비와 임시비로 나누어 ‘가옥 1년 임차료’ 등 13개 항목에 각기 금액을 적고 있다. 신간회의 활동이 주로 대중 계몽활동이었으므로 경상비 안에서 인쇄비와 선전비 및 여비 등이 설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신간회 1928연도 예산안

이 예산안은 신간회 운영에 가장 중요한 자금의 유입경로와 사용내역을 알 수 있는 자료이다. 수입예산은 주로 회비로 운영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에 관해 신간회 안동지회 영수증 자료가 남아있다. 이 자료 역시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사진6> 신간회 안동지회 영수증

1929년 신간회 안동지회 재정부 총무간사였던 김정식(金廷植)이 회원 김상호(金相鎬, 김공망)에게 발행한 영수증으로 2월 16일과 3월 16일에 각각 50전, 1원을 내고 받은 증서이다. 이를 통해 회비는 매달 16일에 징수하였음을 알 수 있다.

셋째, 「국제정세보고」이다.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계정세에 관해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대립하여 오스트리아 폭동, 미국 보스턴의 사코(Sacco) · 반제티(Vanzetti) 처형사건 등이 발발했다고 하였다. 그리고 식민지 또는 반식민지의 모든 약소민족들이 자기의 역사적 사명을 각성하여 주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하였다. 피지배계급과 피지배민족을 동일선상에서 파악하고, 후진국의 민족운동은 선진국의 계급 항쟁에 의존해야 의의를 가진다고 역설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사진7> 국제정세보고

이는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의 논리에 따라 당시 정세를 계급갈등의 산물로 보았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지 않고 강대국과 약소국의 국가 간 갈등, 지배민족과 피지배민족의 민족 간 갈등으로 확대하여 당시의 세계정세로 보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정세를 파악하여 보고한 것은 결국 신간회 차원의 독립운동 방향과 노선을 결정하고 결의‧시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