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문화 FEEL 로고
안동구석구석
안동즐기다
안동머물다
안동역사를품다
안동이모저모
기사검색
뉴스레터신청
 
삼구정三龜亭, 거북이만큼 오래 사는 것이 없고, 돌만큼 단단한 것이 없으니
 

   

 

풍산에서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길목 소산마을에는 가을걷이가 끝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들판 위로 날개를 펼친 듯한 지붕을 가진 누정 한 채가 보인다. 마을 입구 소산공원에 주차를 하고 낮은 언덕 위에 자리한 정자는 낮은 담이 둘러쳐 있으며, 10개의 기둥으로 구성된 6칸 마루가 널찍하게 펼쳐져 있다. 마루의 한가운데 걸려 있는 화려한 조각의 현판에는 ‘삼구정’이라고 새겨져 정자의 이름을 소개하고 있다.

 

[언덕 위로 보이는 삼구정 전경]
[날개를 펼친 듯한 모습의 삼구정 전경]
 
삼구정은 1496년 김영전金永銓, 1439~1522이 지례 현감으로 있을 때 88세 노모 예천권씨를 즐겁게 하려는 효심에서 그의 두 아우 영추金永錘, 1443~?, 영수金永銖, 1446~1502와 함께 지은 정자다. 정자 앞뜰에는 십장생의 하나인 거북이처럼 생긴 3개의 바위가 놓여 있어 ‘삼구정’이라 이름 하였는데, 거북바위와 같이 노모가 건강하게 오래 사시기를 바라는 지극한 효심이 담겨 있다. 
 
[화려한 조각의 삼구정 현판]
[정자를 바라보고 있는 세 개의 거북 바위]
 
삼구정 안에 걸려 있는 삼구정기 현판에는 삼구정을 짓게 된 배경과 형제들의 지극한 효성을 찬미하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김영전, 영추, 영수 삼형제가 나이든 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가마에 태워 삼구정에 올라가 자신들도 늙은 나이에 알록달록한 때때옷을 입고 재롱을 피웠다는 일화가 생생히 기록되어 있다. 
좋은 때와 길한 날이면 어머니를 가마에 태우고 정자에 오른다. 형형색색의 채색 옷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귀여운 자손들이 뜰에 모여 재롱을 부리면, 어머니는 맛난 음식을 드시며 기뻐하셨다. 그 즐거움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일반적으로 세상 사람들은 그 거처하는 곳은 있으나, 경치가 빼어남은 얻지 못하고, 빼어난 경치는 있으나 그 즐거움을 얻지 못하기 마련인데, 땅은 빼어난 경치를 얻었고, 사람은 그 어짊을 얻었으며, 어버이는 또 장수를 얻어 모든 아름다움을 다 갖추었으니, 어찌 착함을 쌓고 경사스러움을 길러 온 지극함이 아니겠는가? 만물 중에 거북이만큼 오래 사는 것이 없고, 돌만큼 단단한 것이 없으니 자식으로서 어버이의 장수를 바라는데 거북이처럼 오래살고, 돌처럼 변함없이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바이다...
이곳은 퇴계 선생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퇴계 선생이 16세 때 봉정사에서 3개월을 머물며 공부를 하셨는데, 그때 함께 공부하던 벗들과 명옥대에 자주 놀러 오셨다고 한다. 그 후 50년이 지나 병을 핑계로 관직을 사양하고 다시 이곳을 봉정사를 찾아 머무르며 명옥대를 찾았는데, 그때 명옥대의 이름은 ‘낙수대’였다고 한다. 그런데 퇴계 선생이 육사형陸士衡의 초은시招隱詩시 중에 ‘飛泉漱鳴玉 [나는 샘물이 명옥을 씻어 내리네]’라는 구절을 떠올리며 낙수대가 아닌 ‘명옥대’로 바꿔 불렀다고 한다. 커다란 푸른 암반에서 흐르는 물소리와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소리를 듣다 보니 역시 퇴계 선생의 혜안은 따라갈 수가 없는 듯했다. 

- 「삼구정기三龜亭記」, 성현成俔

 

 [삼구정 오르는 길] 
 [뒤뜰에서 바라본 삼구정 전경] 
 
 
삼구정을 지은 김영수의 9세손 김면행은 선조의 효행을 기리고 삼구정의 의미를 되새기며 아래와 같이 차운시를 남기기도 했다. 
 
  
영화롭게 어머니를 모시던 넉넉한 때가 있었기에
고을에 이르러 길일에는 언제나 잔치를 하였다네
아름다운 정자에 고운 빛깔 물총새 날아오르고
드러난 형세에는 거북 모양 세 바위가 남아있네
십 세가 지난 운손에게도 아름다운 발자취 남아있고
천년 세월의 기수에도 옛 물결 일렁거리네
가문에 전한 청백리의 뜻이 시어에 남아 있지만
남긴 가풍은 예나 지금에 다 읊조리지 못하구나
萱闈榮奉艶富時
比邑聯符日讌嬉
華構一亭飛彩翠
物形三石峙靈龜
雲孫十世拚徽躅
淇水千年漾舊漪
淸白傳家詩語在
遺風不盡古今吹

 

 

[삼구정 마루에서 본 소산마을 들판]

         

한편 삼구정은 삼형제의 효행과 더불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낮은 언덕 위에 지어진 너른 마루와 사방이 뚫린 형태로 마을의 경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사시사철 마을과 산천의 무쌍하게 변화하는 모습과 아름다운 주변의 경치를 노래한 ‘삼구정팔경’이 함께 전해진다.  

 

푸르고 푸르른 일만 그루 소나무는
범상한 초목과는 유별나게 다르다네
소나무야 너야말로 존경도 할 만하다
천지간의 정기를 네 가지고 있느니라
蒼蒼萬株松
獨也殊凡卉
松乎爾可敬
天地有正氣

「역동의 찬 소나무驛洞寒松」, 『삼구정팔경三龜亭八景』- 장유張維

 

 

[소나무가 함께 어우러진 삼구정 전경]

  

끝날 것 만 같았던 코로나19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족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절절한 한해였던 것 같다. 장년의 나이에 나이든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려 정자를 지어 모시고, 때때옷을 입고 재롱을 피웠던 김영수 삼형제의 이야기가 담긴 삼구정의 의미를 되새기며, 무병장수의 상징인 거북이와 돌과 같이 부모님과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염원하며 힘겨웠던 한해를 잘 갈무리 짓길 바란다.

  

[노을이 지는 삼구정 전경]

 

 

 

 
 
목록보기
 
이름 : 비번 :
안동필소개한국정신문화재단개인정보취급방침뉴스레터신청뉴스레터보기관리자

copyright (c) 안동문화필 All rights reserved.
발행처 : (36709)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 월천길 300 한국문화테마파크, TEL 054-840-3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