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문화 FEEL 웹진

웅부, 문화와 역사의 꽃을 피우다

뒤로 이동

목록 전체보기

한때의 사람들이 여유와 휴양을 즐기고 있다. 빠듯한 일상의 리듬에서 잠시 벗어난 것이리라.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는 도심의 한 공간은 이렇게 마냥 한가함에 놓여 있다. 부담 없이 누구나 마음 내킬 때마다 언제든지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대개 공원이라 하면 공공녹지가 조성되어 쉬거나 운동 혹은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주민의 여가 생활이나 휴식의 공간으로 와 닿는다.

안동시 서동문로 193 동부동에는 도시 근린공원으로 웅부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도시공원이라면 자연환경을 최대한 잘 보존하여 녹지를 조성하거나 인공적인 조성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웅부공원은 도심의 공원으로 역사와 문화 탐방지로서 역사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마련된 공원이다.

웅부(雄府)는 웅장하게 큰 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말로 크고 원대한 큰 꿈을 품은 것으로 해석된다. 웅장한 큰 공간을 말해주는 웅부공원은 안동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재현한 역사공원이다. 해서 1995년 군청이 헐리고 공민왕이 쓰신 ‘안동 웅부’ 현판을 떼어냄과 동시에 공원을 조성하게 되었다. 즉 조선 시대 지방 관아가 정무를 보던 동헌을 본떠 ‘영가헌’과 문루인 ‘대동루’, ‘시민의 종’을 만들었다. 영가헌의 ‘영가’는 안동의 옛 이름 고타야, 고창, 영가, 길주, 복주 중에서 따온 말로 현재 안동이란 지명을 일컫는 말이다. 참고로 떼어낸 ‘안동 웅부’ 현판은 안동 시립 박물관 안에서도 볼 수 있다.

비록 작은 도시지만 큰 꿈을 엮어나가는 편안한 동쪽의 심장부로 다가오는 웅부공원은 웅장한 기백이 서린 곳이다. 역사적인 공간이자 유교적인 정신문화가 꿈틀거리는 장소다. 이를 말해주듯 고려 때부터 행정 중심부의 역할을 했던 옛 관아 건물을 복원하여 공원을 만들었다. 이는 안동군 사적비(安東郡史蹟碑)가 말해준다. 표지석은 조상의 숨결이 머문 안동군 역사가 깃든 자리에 국가의 백년대계를 꿈꾸는 웅부 안동의 기개와 기백을 알려준다.

몇 그루의 소나무가 하나의 커다란 표지석 위로 오후의 그늘을 드리운다. 웅부라는 말 그대로 웅장한 고을의 뜻을 품은 웅부 공원(雄府公園) 표지석이 거대하다. 안동 대도호부(고려・조선 시대 때 지방 행정 기구의 하나)의 옛터로 현재는 공원임을 말해준다. 지난 역사의 현장임을 알려주는 몇 개의 표지석이 잔디밭 곳곳에 흩어져 있다.

안동 대도호부 옛터는 일제 강점기에 안동 소방서, 3・1운동, 안동 경찰서, 법원 터 등이 밀집해 있었다. 특히 웅부공원은 3・1운동 당시 일제 탄압으로 인해 30명 넘게 순국한 장소이기도 하다. 한때 아픔의 현장이자 일제의 통지기관들이 자리했던 이곳은 이제 세월 따라 많은 변화를 겪었다. 도심 속 공공 정원으로 자리한 웅부공원은 옛 건물의 흔적을 각각의 표지석으로 새겨 환란의 역사를 잊지 않으며, 현재는 시민의 정서 함양과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자리하고 있다.

대로변에 문루인 대동루의 자태가 의연하다. 키가 큰 직사각형의 시멘트 주춧돌 위의 붉은 기둥들이 우뚝 솟아 있다. 대동루(大東樓)는 고려 왕건이 후삼국 통일을 할 때 이 지역의 도움을 받은 고마움에 하사한 이름이다. 즉 안어대동(安於大東)에서 따온 말로 현재의 안동 지명이 여기에서 유래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망도 좋은 대동루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누각 건물로 멋스러운 팔작지붕을 가졌다.

현재는 건물의 보존 차원에서 누각 위에 올라가는 것을 차단해 놓아 앞의 전경을 시원스럽게 내려 볼 수 없다. 하지만, 지난날에는 누각 위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구 안동역(모디684)와 교차로의 승공 탑(현재 철거된 상태)을 내려다보는 전망이 무척 좋았다. 그뿐인가, 단아하게 펼쳐진 시가지 그 어디쯤에서 양반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바삐 어디론가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이 언뜻 떠오르는 듯하다. 오가는 시민들의 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호젓함에 빠져있는 대동루가 마냥 심심해 보인다. 어쩌면 날마다 떠도는 도시의 먼지만 머금는 누각의 대청마루는 북적이는 인적의 온기를 그리워할지도 모를 일이다.

대동루 뒤 고려 시대부터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각종 행정적인 업무를 도맡아 했던 영가헌이 자리한다. 행정의 중심부로 자리했던 옛 관아 건물을 복원한 것이다. 영가헌의 이름은 두물머리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란 뜻에서 따온 말로 낙동강과 반변천의 두 강이 합쳐진 것에서 ‘영(永)’, 아름다울 ‘가(嘉)’에서 비롯된 말이다. 또한, 영가는 신라 후기에서 고려 초까지 사용했던 안동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

정면 7칸, 측면 4칸의 팔작지붕인 영가헌이 한가롭다. 햇살이 고운 날, 한때의 노인들이 마루에 한 줄로 늘어앉아 미담을 나누고, 뒤편 마루에는 주로 젊은 연인들이 끝없는 미담을 나누며 편안한 여유의 시간을 보낸다. 역사적인 건물이자 역사적인 공간(역사공원)에서 시민들은 시도 때도 없이 쪽마루에 앉거나 누워 휴식을 취한다. 영가헌 사방 둘레의 쪽마루에는 항상 사람들이 머물러 있는 것을 볼 때가 많다. 마루에 시민을 항상 걸치고 있는 영가헌에 비하면 주로 출입을 금하고 있는 휑한 대동루는 서로 대조적이다.

언제든지 도심 곳곳을 청아한 음역의 파노라마로 채워줄 것만 같은 시민의 종이 무료함에 놓여 있다. 자발적인 시민의 성금(가족회원이나 개인 혹은 단체 회원)으로 지어진 종이다. 국보 제36호 상원사 동종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상원사의 동종¹⁾은 안동 웅부 누문에 앉아 있던 것이 1469년 상원사로 옮겨졌다.

여기에는 재미난 설화가 전해진다. 동종이 상원사로 옮기기 위해 운반하던 중 죽령에서 동종이 깊게 울면서 떠나지 않아 종유(鍾乳)한 개를 떼어 안동으로 보내고야 동종이 비로소 움직였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안동에 대한 종의 애틋한 마음을 헤아리게 한다. 그렇듯 상원사 동종을 본떠 만들어진 시민의 종은 안동인의 염원을 담아 만세 무궁토록 번영할 것을 기원한다.

시민의 종을 보노라면 조선 시대의 신문고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현재는 그 옛날 신문고의 역할보다는 제야의 타종 행사에 주로 쓰이고 있다. 섣달 그믐밤 12월 31일이 끝남과 동시에 새해 첫날 1월 1일이 시작되는 시점에 묵직한 종은 깊은 울림을 퍼뜨린다. 약 2t의 진중한 무게를 가진 시민의 종이 사방 곳곳으로 은은한 소리를 퍼뜨린다. 이때만큼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자정에 웅부공원으로 몰려나온다. 깊은 밤, 잠도 쫓아내고 몰려나온 사람들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새해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 모인 수많은 인파가 시민의 종 주변으로 몰려든다. 각자의 염원과 소원을 간직 채 이제나저제나 종소리가 울리나 귀를 기울인다. 시민의 종에게로 온 마음을 빼앗겨 있을 때쯤, 마침내 시간이 임박했다는 듯 어둠의 적막을 뚫고 종소리가 은은하게 퍼져 나간다.

사람들은 무사히 보낸 지난날을 돌아보는가 하면 새로 시작하는 새해의 다짐과 염원을 기원하느라 주변은 일순 정적만 흐른다. 멀리 퍼져 나가는 종소리를 따라 모든 이들은 국가의 번영이나 가족 또는 개인의 평안과 건강 행복, 희망, 소망 등을 기원한다. 이때 종교적이며 민족적인 의미를 담고 국민의 건강과 무병장수를 위해 33번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는 멀리까지 은근하게 울려 퍼진다. 시민의 종은 안동인의 마음을 대변하기 위해 자리한 상징적인 것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시민의 종 인근에 한 그루의 고목이 무수한 세월을 건너고 있다. 800살쯤 되는 느티나무가 키 낮은 담장 안에서 시민의 섬김과 보호를 받고 있다. 일명 부신목(府神木)으로 보호수다. 긴 세월은 말해주듯 패인 몸통 곳곳에는 시멘트로 채워져 있으며 노령의 팔은 쇠 지렛대에 의존한다. 생명수를 나르는 물관은 고목의 가장자리에 남아 언제까지나 지속적인 삶의 연속을 이어주고 있다. 10M의 높이를 가진 부신목은 시민의 애정 어린 보호로 긴 세월을 견디고 있다. 고령의 나무라는 것을 말해주듯 든든한 두 개의 지주대가 고단함에 자꾸만 처지는 팔들을 굳건하게 지탱하고 있다.

긴 세월을 지새우면서도 무성함을 잃지 않았을 수많은 가지와 굵은 팔들은 무심한 세월 따라 사라지기도 했다. 그러면 나무는 이내 새로운 가지들을 끊임없이 키워냈다. 필요에 따라 잘라낸 굵은 곁가지의 나무 몸통과 팔들에는 선명한 자국이 상처인 양 남아 있다. 시멘트로 채워진 나무 몸통은 마치 크고 작은 둥근 원판 모습을 하고 있다. 둥글게 절단된 몇 개의 나무통 흔적들은 많은 날을 지새웠던 나이테를 기억하지 않으려는 듯 검게 지워졌다.

부신목은 몸통에 몇 가닥 새끼줄을 걸치고 있다.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금줄이다. 삿된 것을 금지하기 위해 쳐 놓은 금줄은 누구든지 함부로 다가가 만지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이름 그대로 신목(神木)이다 보니 신성시할 수밖에 없다. 금줄은 부정을 차단하는 것과 공간을 경계하게 하는 여러 상징성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일까, 낮은 담장 안으로 들어가 좀 더 부신목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망설여진다.

부신목은 일찍이 안동부를 지킨 나무다. 신을 모신 나무였기에 안동 부사가 부임해 오면 가장 먼저 부신목 앞에 나와 신고(申告)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정월 열나흘 자정에 부(府)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제사를 관례 행사처럼 지내왔고 또 그렇게 지내고 있다. 현재는 시민의 복을 기원하기 위해 안동시장이 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어떤 특정 자연물을 신성시하여 공경과 예를 다함으로써 만사형통을 기원하는 것에 있다. 우리가 자연물을 숭배하고 아낄 때 자연물은 우리에게 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을 갖는다.

웅부공원 둘레에는 신목인 부신목을 비롯하여 향나무, 소나무, 단풍나무 등 여러 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 연식을 헤아리기 어려운 한 그루의 고목인 회화나무도 자리한다. 긴 세월에 몸을 지탱하기 어려웠는지 두 갈래의 큰 몸통 가운데 한 갈래는 이미 괴사했고, 한 갈래 몸통만이 겨우 몇 개의 팔과 가느다란 가지들을 길러내며 세월을 지새우고 있다. 이미 괴사가 이루어진 고목 몸통 일부에는 그 휑함을 메우기 위해 시멘트가 채워져 있다.

여기에는 신기한 것이 있다. 고목 위에 오동나무가 자라고 있다. 자고로 고목에서 싹이 난다는 말은 무수히 들어봤으나 회화나무 고목에서 오동나무가 자란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 누가 의도적으로 고목인 회화나무 몸에 접을 붙였는지 아니면 새가 오동나무 씨앗을 먹은 후, 날아가면서 똥을 고목에 쌌는지 알 수는 없다. 회화나무에 기생하고 있는 오동나무의 성장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궁금해진다. 아무튼, 오동나무를 품고 있는 회화나무는 함께 자라기를 마다하지 않고 생명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모습이 기특하다.

회화나무는 괴목(槐木) 또는 괴화, 회나무라고도 불리는데, 주로 학자수(學者樹)로 불린다. 해서 예로부터 회화나무를 궁궐이나 서원, 문묘 혹은 동목(洞木)으로나 사대부 집 안에 심기도 했다. 그것은 회화나무가 잡귀신을 쫓아주고 평안함을 가져다준다는 의미로 상서로운 나무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독 주택을 가졌다면 집 문 앞에 회화나무 한 그루 심어 두는 것도 멋스러울 법하다. 꽃, 가지, 열매, 껍질 등은 약재로 쓰이며 나무는 건축이나 가구재로 쓸 수 있는 아주 유용한 나무이다. 사실 회화나무는 가지고 있는 그 의미에서부터 뿌리, 열매에까지 어느 것 한 가지 버릴 것 없기에 현재는 어느 장소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대동루와 남성의 상징인 거석 중간에 청동으로 만들어진 ‘안동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다. 한복을 입은 단발머리 소녀상이 돌 위에 앉아 지난 아픔의 세월을 잊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듯하다. 일제 제국주의 앞에 무참하게 인권이 말살된 소녀의 상이다. 일본군에게 ‘위안부’로 유린당한 아픈 역사는 인간의 존엄성을 잃었으며 착취와 억압으로 이루어졌다.

이에 다시는 이러한 아픔을 갖지 않기 위해 ‘안동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게 되었다. ‘시민의 종’과 같이 ‘안동 평화의 소녀상’ 역시 시민(개인과 가족 혹은 단체 회원)에 의해 건립되었다. 십시일반으로 모여든 시민의 정성은 지역의 평화와 안위를 위하고자 쓰였다. 표지석 뒷면에 성금을 낸 회원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것을 보노라면 안동 시민의 애정을 느낀다. 우리 고장은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지고 지켜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사철마다 소녀상은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 속에 옷과 태극기를 몸에 걸치고 있다.

한편, 웅부공원 영가헌 앞에서는 해마다 각종 행사가 열린다. 전통 의례, 기제사 시연, 차전놀이(차전장군), 노국공주 및 전통 무예 재연, 열린 음악회, 여성 민속 한마당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져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가끔은 영가헌 안에 유익한 전시회도 이루어지고 있어 오가는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해 작품 감상에 대한 시간도 가져다준다. 이렇게 웅부공원은 역사적인 공간에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제는 문화적인 공간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이를 잘 말해주듯 ‘거리 마당 상’이 잔디밭 한쪽 표지석으로 자리하고 있다. 대한민국 공간문화 대상으로 웅부공원이 주민의 생활공간이자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조상의 숨결이 살아 숨 쉬시는 웅부공원은 언제까지나 주민들과 함께 쾌적한 공간을 이루어나가리라.

1) 영가지(永嘉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