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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청각(臨淸閣) 군자정(君子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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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물길을 거슬러 올라 안동(보조)댐 옆 기찻길 너머로 고즈넉한 기와건물이 보인다. 일제강점기 중앙선 철로가 깔리면서 열악한 환경 속에 생명을 유지해 온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국보 제16호)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보물 제182호 임청각. 지금은 많은 보수가 이루어졌지만, 그 역시 철도의 쇳가루로 기와를 붉게 물들인 채 세월을 버텨내고 있었다.

[낙동강에서 바라 본 임청각과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 전경]

지금 우리에게 임청각은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생가로 잘 알려 져 있으며, 매년 이맘때면 많은 사람들이 독립운동 성지순례지로 꼭 한 번 들려보는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현재의 시점에서 임청각은 독립운동의 산실이자, 일제의 탄압으로 훼손된 슬픈 역사를 안고 있는 역사적 장소지만, 그 이전의 임청각의 모습은 또 달랐다.

[임청각 전경과 석주 이상룡]

임청각은 중종 때 형조좌랑을 지낸 이명李洺이 1519년 관직을 버리고 내려와 낙동강을 바라보는 배산임수의 절경에 지은 정자였다. 이명은 그의 형 이굉李浤(1441~1516)과 함께 갑자사화로 인해 유배생활을 거친 뒤 벼슬에서 물러나 낙동강 상류에 각각 귀래정歸來亭과 임청각臨淸閣을 짓고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는데, 두 정자 모두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뜻을 취해 이름을 짓고 현판으로 걸었다.

[임청각 현판]

동쪽 언덕에 올라 휘파람 불고, 맑은 시냇가에서 시를 짓기도 하노라. 잠시 자연의 조화를 따르다 마침내 돌아갈 뿐이니, 천명을 즐길 뿐 무엇을 의심하랴.	登東皐以舒嘯縣臨淸流而賦詩聊乘化以歸盡樂夫天命復奚疑
- 도연명, 「귀거래사」 중에서-

건립 당시에는 지금의 군자정에 해당되는 별서 정자로 사용되다가 이명의 여섯째 아들 반구옹伴鷗翁 이굉李肱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현재 임청각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현판의 글씨는 퇴계 이황의 친필로 전해진다.

[군자정 전경과 정자 내부에 걸려 있는 임청각 현판]

그 후 임청각은 고성이씨 대종택으로 이어져 안동팔경에 해당하는 빼어난 풍광으로 풍류와 교유의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특히 허주虛舟 이종악李宗岳(1726~1773)은 임청각의 주인으로서 풍류적 삶을 제대로 실천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글, 그림, 음악 등 예술에 조예가 깊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을 철학적으로 사색하는 ‘군자다운 선비[君子儒]’의 삶을 누렸는데, 낙동강과 반변천 등 임하구곡 일대 명승을 둘러본 후 뱃놀이를 마칠 때까지 12폭의 그림을 담은 『허주부군산수유첩虛舟府君山水遺帖』을 남겨 당시의 풍류를 오늘날에 전해주고 있다.

[허주부군산수유첩(이미지제공:한국학중앙연구원)에 등장하는 임청각 일대의 옛 모습]

일상의 삶과 풍류, 국난에 대응한 회합과 교육의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된 임청각 군자정. 이제 임청각은 옛 모습을 회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건물 앞으로 깔린 철도를 걷어내고 없어진 가옥과 나루터 등을 복원하여 그 옛날 고성이씨 사람들이 즐겼던 경관을 되찾을 것이다. 이제 임청각은 아픔의 기억만으로 남겨지기보다, 반짝이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앞산의 꽃과 단풍을 감상하는 힐링의 휴양지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군자정 앞에서 촬영한 동흥강습소 제1회 졸업기념사진(소장:한국국학진흥원/ 기탁:의성김씨 만송헌)]

[1940년대(추정) 임청각 전경(사진제공: 경상북도 독립운동기념관)]

한편, 임청각을 중심으로 다양한 테마 여행을 계획해 볼 수 있다. 고성이씨 문중의 누정과 고택 등을 순례해 보는 코스, 임청각을 마주보고 있는 호반 나들길과 월령교 일대를 트래킹해 보는 코스 등 어느 일정이든 수려한 경관을 만끽해 보며 활력을 얻어갈 수 있다.

[다양한 임청각 테마여행]

한편,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에서는 2021년 8월 28일까지 연장하여 개최하고 있다. 안동을 비롯한 경북지역의 누정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관련 유물이 전시되고 있어, 옛 선비들이 누렸던 누정문화를 심도 있게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