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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화정棣華亭, 이 세상에 누구라 해도, 형제만한 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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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안동IC를 지나 하회마을 방면으로 도로를 달리다 보면 낮은 산이 감싸 안고 있는 아담한 누정 한 채를 만날 수 있다. 그 주변을 둘러싼 아기자기한 연못과 작은 공원으로 꾸며진 경관이 볼 때 마다 시선을 절로 멈추게 한다.

[도로변에서 바라 본 체화정 전경]

새초롬한 봄날 매화와 복숭아 꽃, 철쭉이 차례로 피었다 지고나면 나뭇가지에 파릇파릇 싹이 움트고, 뒷산에 푸른 잎이 무성해지면 한여름의 붉은 배롱나무 꽃이 흐드러진다. 가을이면 단풍이 울긋불긋 저마다 색을 뿜어내는가 하면 어느새 하얗게 설경을 지어내는 누정을 둘러싼 변화무쌍한 절경이다. 특히 연못에 띄어놓은 배 한 척의 모습이 이색적이라 한번쯤 갈망하게 되는 이곳은 예안이씨 집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체화정이다.

[세 개의 꽃섬이 보이는 체화정 전경]

체화정에는 형제간의 우애를 상징하는 의미로 ‘체화정’과 ‘담락재’ 두 개의 현판이 걸려 있다. 앞에 걸려 있는 ‘체화정’은 사도제자의 스승이었던 삼산 류정원이 쓴 것으로 그 의미는 『시경時經』 ‘상체지화常棣之華’에서 나온 말인데, 아가위 꽃에 꽃받침이 두드러져 보이듯, 형제 사이는 그 어느 경우보다 가깝고 친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체화정 현판 소장: 한국국학진흥원(기탁: 예안이씨 체화정주손)]

안쪽에 걸려 있는 ‘담락재’ 역시 『시경時經』 ‘화락차담和樂且湛’에 나온 말로, 형제간에 화합해야만 화락하고 길이 즐길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현판의 글씨는 단원 김홍도가 1786년 안기찰방을 마치고 귀경하다가 체화정에 머무르며 쓴 것이라 전한다.

[담락재 현판 소장: 한국국학진흥원(기탁: 예안이씨 체화정주손) ]

[체화정과 담락재 편액이 함께 걸려 있는 모습]

체화정을 지은 만포晩圃 이민적李敏迪,1702~1763은 형 옥봉玉峰 이민정李敏政과 함께 학문하고 교유활동을 위해 마을 안에 누정을 지었다고 한다. 당시 누정이라 함은 보통 산수 속에 그윽하고 경치 좋은 곳에 짓기 마련인데 마을 길 옆에 정자를 지은 것은 마땅하지 않다고 비판하는 이도 있었다. 이에 대해 체화정 기문을 지은 종인(친척) 이상신은 ‘이민적의 형 이민정이 평소 손님을 맞이하고 친구들과 교유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정자를 짓고 나서 아침저녁으로 정자에 거처하며 손님들이 끊기지 않으니 즐거워 한다’ 며 ‘만일 이 정자가 산 속의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다면 수려한 경관은 선택될 것이나, 찾아가기 어려우니 형님이 기뻐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체화’라고 지은 정자 이름에 맞지 않을 것이다’ 라고 변론한다.

[체화정의 건립과 의미에 대한 내용이 담긴 체화정기]

또한 체화정을 지은 이민적과 이민정 형제가 함께 체화정에 대한 시를 지은 시판이 전하는데, 시구의 구절구절 마다 형제 간의 정이 가득 느껴진다.

[체화정 원운 시판]

自知老去閑無事 늙을수록 한가로워 일 없음을 아노니 弟唱兄酬送暮年 아우는 노래 부르고 형은 화답하며 노년을 보내리
-체화정 원운 가운데 형 이민정의 시 중에서-

[체화정 누마루에서 바라 본 체화지 전경]

이후 체화정은 형님인 옥봉 이민정의 아들 용눌재慵訥齋 이한오李漢俉,1719-1793가 노부모를 극진히 모시고 효를 실천한 공간으로, 부모님의 병환을 치료하기 위해 꽁꽁 얼어붙은 낙동강에서 날이 새도록 기다린 끝에 잉어 한 마리를 잡아드리고, 한 밤 중에 뒷산에 날아든 꿩을 잡아드린 후에 마침내 쾌유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외에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년 간 여묘살이를 하는 등 고을 내에 효자라는 칭송이 자자하여 1812년(순조12) 효행에 대한 정려를 받았다. 선대에 의병장을 지낸 이홍인이 충신의 정려를 받은 것과 함께 충과 효를 겸비한 집안이라는 의미로 ‘충효당’이라는 당호를 얻게 되고, 현재 체화정 길 건너 우렁골에 종택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체화정의 모습 1,2]

이처럼 체화정은 형제간의 우애와 부모에 대한 효를 실천한 곳으로 정자 건물과 조경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공간이 상징하는 의미도 따뜻한 곳이다. 코로나 19로 가족 간의 만남도 소원해지고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지만, 안동의 체화정 같이 걷기 좋은 정원과 맑은 공기, 따뜻한 이야기가 전해지는 언텍트 피크닉을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물길과 연못이 예쁜 체화정 공원]

[봄기운이 가득한 체화정 공원]

한편,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에서는 2020년 7월 7일에 개최한 경북문화관광 콘텐츠 활용전시 ‘영남선비들의 누정’의 전시기간을 2021년 8월 29일까지 연장하여 개최된다. 안동을 비롯한 경북지역의 누정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관련 유물이 전시되고 있어, 옛 선비들이 누렸던 누정문화를 심도 있게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