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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의 보물은 오직 청백뿐 묵계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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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싱그러운 연두빛이 물들고, 그 앞을 둘러 싼 맑은 강물은 잔잔히 봄바람을 싣고 흘러간다. 이처럼 산과 강의 맑고 푸름을 노래하는 ‘청백淸白’이라는 단어는 ‘청렴결백하다’라는 의미로, 마음이나 행동이 순수하고 검소하여 욕심이 없는 고결한 성품을 말한다. 이는 특히 공직자들이 지침으로 삼아야 할 덕목으로 조선시대에는 청백의 성품을 지닌 사람들을 일컬어 ‘청백리’라고 칭송하며 이상적인 관료의 상징이 되었다.

<보백당 김계행의 청백정신이 깃든 묵계종택 전경>

안동 길안면 묵계리에 위치한 묵계종택에도 이러한 청백정신을 전파한 인물이 있다. 바로 조선전기의 문신으로, ‘우리 집에 보물은 없으니, 보물이 있다면 오직 청백뿐이다[吾家無寶物寶物唯淸白]’라는 말을 남긴 보백당 김계행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이 말은 지금까지도 많은 공직자들에게 회자되며, 정치적 상황에서 인용되기도 한다.

<보백당 현판[아시아태평양기록유산], 소장: 한국국학진흥원/ 기탁: 안동김씨 보백당종택>

김계행이 살았던 시기는 사림들이 중앙정계에 등장하기 시작한 때였다. 관직에 나아간 그는 고령현감으로 있을 때 백성을 은혜로 다스리되 자신은 청렴과 근검으로 규율하여 백성들의 칭송을 받았으며, 이후 대사간을 지낼 당시는 연산군이 재위한 때로, 간관으로서의 서릿발 같은 기상으로 부정과 비리를 규탄하며 활약을 펼쳤지만, 결국 김종직과의 친분 등을 이유로 무오사화에 화를 당하고, 갑자사화 때는 장형을 받고 파직되었다. 이후 김계행은 고향인 안동 풍산으로 낙향하여 길안의 보백당과 오가며 제자들을 양성하였으며, 근처에 별서를 지어 ‘만년의 휴식을 취한다’라는 의미로 ‘만휴정’이라 이름하고, 독서와 사색에 심취하며 여생을 보냈다.

<김계행이 낙향하여 제자들을 교육했던 보백당>

<김계행이 은거하며 만년을 보낸 만휴정>

김계행은 평소 청렴강직한 성품으로 모함을 당하기도하고, 사화에 연루되어 고초를 겪으며 평탄치 못한 관직생활을 마감하였으나, 그의 청백정신은 변함이 없었다. 임종을 앞둔 그는 자손들을 불러 모아 마지막 말을 남겼는데, ‘우리 집안에서는 대대로 청백을 전해내려 왔으니 대를 이어 공손히 지키고, 형제간에 화목하라는 선조들의 뜻을 더욱 소중히 여겨 경박한 행동으로 집안의 명성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 는 유훈은 후손들의 가슴에 깊게 새겨져 보백당 문중의 가훈으로 정착되었다.

<김계행의 유훈 현판1, 2, 소장:한국국학진흥원/ 기탁: 안동김씨 보백당종택>

1.오가무보물 보물유청백[吾家無寶物寶物唯淸白]
: 우리집에 보물은 없으니, 보물이 있다면 오직 청백뿐이다.

2.지신근신 대인충후[持身謹愼待人忠厚]
: 몸가짐을 삼가고, 남을 대함에 있어 충직하고 온순하라.

이러한 김계행의 가르침은 후손들뿐만 아니라 유림들에게도 널리 전해져 청백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뜻을 모아 묵계서원을 건립하게 된다. 또한 그가 남긴 글과 유적을 수습하여 ‘보백당실기’를 간행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는 조정에 까지 알려져 1868년(고종5)에는 ‘순수하고 행실이 사리에 어긋남이 없으며[定], 충을 지향하여 덕을 바쳤다[獻]’라는 뜻으로 정헌이라는 시호를 받았으며, 이를 축하하고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묵계서원에서 거행되었고 이때의 상황을 세세히 기록한 「보백당 선생 연시시일기」가 함께 남아 있다.

<묵계서원 전경과 읍청루에서 바라본 묵계서원, >

<보백당 김계행의 증시교지와 보백당 선생 연시시일기, 소장: 한국국학진흥원/ 기탁: 안동김씨 보백당 종택>

이후로도 김계행의 청백정신은 후학들에게 회자되며 칭송이 이어져 1909년에는 고종의 특명으로 불천위*를 하사받았다. 이처럼 김계행은 생전에 ‘보물은 오직 청백뿐이다’라는 뜻의 ‘보백’을 당호로 삼고 평생의 신념으로 간직하고 실천하며 후손들에게 계승하도록 하였다. 이에 ‘묵계종택’이라는 지리적 명칭보다 ‘보백당종택’으로 이름 하는 것이 그의 정신을 더 잘 계승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편 묵계종택에서는 고택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숙박체험을 비롯하여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묵계 찻집에서 지친 몸을 시원하게 달랠 수도 있다. 봄볕에 나른해지는 요즘 가족과 친구, 동료들과 함께 묵계종택과 묵계서원, 만휴정까지 돌아보는 코스로 보백당 김계행의 청백정신을 되새기며, 맑고 푸른 마음을 가득 담아가길 기대해 본다.

*불천위: 나라에 큰 공훈이 있거나 높은 덕망이 있는 사람에 대해 그 정신이 오랫동안 계승되도록 세대가 지나도 위패를 땅에 묻지 않고 영원히 제사를 지내는 것을 허락한 신위

강명구 (2022-05-04 오전 6:53:24)	[덧글 삭제하기]
사진 으로. 보아도 만휴정 정자 물소리 맑은 바람소리, 들리고. 역사 임물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글 감사 합니다,, 조흔글 사진 감사 합니다,,,

장무수 (2022-12-25 오전 12:04:55)	[덧글 삭제하기]
흔히 청백리하면 떠 오르는 황희 정승 말고도, 이런 분이 계셨군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