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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에 쌓은 덕이 후대의 경사로 이어진다, 진성이씨 주촌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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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주하리에 있는 진성이씨 대종택 ‘주촌종택’은 이름이 여러 개다. 주하리는 진성이씨 사람들이 600년 동안 대를 이어 살아온 곳으로, 마을이 두루 평안하다는 의미로 ‘두루마을’이라고 일컬었고, 이에 종가는 ‘두루종택’, ‘두루마을’의 한자식 표현인 주촌(周村)종택, 그리고 별당인 ‘경류정’의 이름을 붙여 ‘경류정종택’이라고도 한다. 오랜 세월 종택의 각 공간과 건물이 담고 있는 역사와 가치 등을 인정받아 1987년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안동 주하동 경류정종택’으로 지정되었다가 2017년 국가민속문화재로 승격되며 ‘안동 진성이씨 종택’으로 등록되었다.

<금학산이 포근하게 감싸 안고 있는 주촌종택 전경>

<주촌종택 들어가는 길>

가장 먼저 문화재로 지정 당시 ‘경류정종택’이라고 한 데에는 ‘두루’ 또는 ‘주촌’과 같이 단순한 지명보다는 ‘경류정’ 당호가 그 가풍을 잘 드러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류(慶流)’는 『주역』에 “집안에서 쌓은 것이 선하면 복과 경사가 자손에게 미치고, 쌓은 것이 선하지 못하면 재앙이 후세에 흐른다. [家之所積者善則福慶及於子孫所積不善則災殃流於後世]”라고 한 데에서 취한 것으로, 퇴계 이황이 시를 지어 그 의미를 자세히 설명하며 문중의 구심점이 되는 종가의 일에 힘써주기를 당부하고 있다.

선이 쌓이면 원래 복과 경사 불어나는 법 몇 대 전한 인후함이 종파와 지파에 넘치네 그대에게 권하니 문호를 더욱 힘써 지키라 위씨 일가의 화수 모임을 매년 따르리라	善積由來福慶滋幾傳仁厚衍宗支勸君更勉持門戶花樹韋家歲歲追
	- 「제경류정題慶流亭」

퇴계는 시와 함께 ‘경류정’이라는 현판 글씨를 써 주기도 하여, 종가에서 전해지는 경류정 현판은 퇴계가 쓴 것과 미수 허목이 쓴 두 가지 형태가 전해진다.

<경류정 편액(좌: 퇴계/ 우: 허목), 소장:한국국학진흥원 기탁: 진성이씨 주촌문중>

<퇴계가 쓴 현판이 걸려 있는 경류정 전경>

진성이씨는 대대로 진보현(청송군 진보면)에 거주하다가 고려시대 통헌대부 판전의사사를 지낸 이자수가 안동 마애(풍산)를 거쳐 지금의 두루(예안)으로 옮기면서 두루마을의 입향조가 되었다.

<이자수가 입향한 두루마을의 전경>

이자수의 손자 이정(李禎)은 뛰어난 무예로 세종 때 북방의 오랑캐를 격퇴하며 큰 공을 세웠으며, 세종 때 평안도 영변의 판관으로 재임하면서 영변진(寧邊鎭)을 설치하고 약산(藥山)산성을 쌓아 여진족의 침입을 받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 이우양은 무과에 급제하여 인동현감을 역임했으며 현재의 진성이씨 주촌파를 형성했고, 둘째 이흥양은 이자수가 안동으로 올 때 처음 자리 잡았던 마애로 이주하며 진성이씨 망천파를 형성했다. 셋째 이계양은 예안의 온계리에 정착하며 진성이씨 온혜파를 형성했는데, 그 손자 대에 온계 이해와 퇴계 이황이 배출되면서 진성이씨 가문은 조선 최고의 명문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600년의 역사를 품은 뚝향나무>

한편 종택 사랑채 앞에는 향나무 한 그루가 시선을 끈다. 오랜 세월의 깊은 주름살이 패이며 틀어 오르는 듯한 나무는 그 줄기가 세차게 뻗어나가 37개의 지주가 받치고 있으며, 나무가 차지하는 면적만 50평 가까이 될 정도다. 이 향나무는 이정이 평안도 영변의 약산 산성을 쌓고 돌아오면서 그곳의 소나무(약산소나무[藥山松]) 세 그루를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 가운데 한 그루가 현재 주촌 종가에 남아 있는 뚝향나무고, 나머지 두 그루는 막내아들이자 퇴계의 할아버지 이계양(노송정)과 사위 박근손에게 주었으나 임인년의 폭설과 임진왜란으로 죽어버렸다고 한다. 주촌종택 사랑채에 ‘고송유수각古松流水閣’이라고 쓴 현판 역시 이 뚝향나무를 빗대어 지은 이름으로 짐작된다. 소나무의 푸르름이 추운 겨울에도 변함없는 것처럼 군자로서의 의리와 지조를 잊지 않고 절개를 지키며 살고자 한 진성이씨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랑채에 걸린 고송유수각 현판>

이렇게 종택을 둘러보면 규모나 외관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갈함과 절제 속에서 고아한 기품이 전해지며 선대가 물려준 옛집을 정성스레 다스려 온 주촌종가의 품격이 느껴진다. “선대가 쌓은 선함이 복과 경사가 되어 자손에게 미친다”고 한 경류정의 의미처럼 진성이씨 문중을 일구어 온 선현들이 누대에 걸쳐 베풀어 온 선정이 퇴계를 비롯한 훌륭한 후손들을 배출하게 한 기반이 되어 지금까지도 진성이씨 문중의 명성을 잇고 있다.

<새가 날개를 펼친 듯한 모습의 사랑채>

한편, 주촌종택은 고택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품있는 한옥과 각 공간에 깃든 선현들의 선비정신을 느껴보고 싶다면 하루 정도 머물며 온몸과 마음으로 체험해 보길 추천한다.
(※ 주촌종택 고택체험 안내 홈페이지: www.juchon.modoo.at)

<마을길 건너에서 본 주촌종택 전경>

<촌종택의 안채로 들어가는 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