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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쪽같은 절의정신이 깃든 천김쟁쟁川金錚錚 내앞마을, 의성김씨 운천종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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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독립운동의 성지’라고 일컬어지는 내앞마을은 의성김씨들이 600여 년을 지켜온 뿌리 깊은 전통마을이다.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항일투쟁을 펼친 일송 김동삼의 생가, 6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백하구려를 비롯하여 온 마을이 독립운동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며, 특히 마을 옆에는 경상북도 독립운동기념관이 상징적으로 자리하고 있어 독립운동의 마을로 위상을 더한다.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과 마주하고 있는 내앞마을 전경>

내앞마을 사람들의 독립운동 정신은 세대를 거슬러 곧은 절개와 충효를 실천한 의성김씨 선조들에게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의성김씨들을 일컫는 말로 ‘천김쟁쟁川金錚錚 하류청청河柳淸淸’이라는 말이 전해지는데, ‘내앞의 김씨들은 쇳소리만 나고, 하회의 류씨들은 푸르기만 하다’는 뜻이다. ‘천김쟁쟁’은 대쪽같이 꼿꼿함으로 좀처럼 꺾이지 않는 내앞마을 의성김씨들의 품성을 빗댄 표현이다.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백하구려(좌)와 김동삼 생가(우)>

의성김씨가 내앞마을에 정착한 것은 600여 년 전 청계 김진의 조부가 임하현에 살던 해주 오씨와 혼인을 하며 이주하게 된 것이 시작이다. 청계 김진은 약봉 김극일, 귀봉 김수일, 운암 김명일, 학봉 김성일, 남악 김복일 등 다섯 아들을 두었는데, 이들 모두 과거에 급제하여 입신양명한 것을 두고 ‘천전오룡川前五龍’ ‘5등과댁五登科宅’이라며 칭송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풍 속에서 운천 김용이 태어났다. 김용은 아버지 귀봉 김수일과 숙부 학봉 김성일로부터 학문을 배우며 충효 정신을 키워갔다.

<운천종택 전경, 귀봉종택이라고도 한다>

김용은 과거에 급제하고 예문관검열에 이르렀으나 천연두가 발병하여 사직하게 되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임진왜란이 발발하게 되자, 피난길에 오른 선조 임금을 호종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이에 전란 상황 속에서의 일과를 기록하여 약 1년간의 일기를 완성하였는데, 역사적 자료로서 가치가 높아 보물로 지정되었다. 전쟁 중에서도 정사의 일과 사관들이 작성한 사초 등이 첨부되어 있어 ‘임진왜란의 승정원일기’라는 별칭도 있다. 김용은 이후 정유재란에도 도체찰사 이원익의 종사관으로 활약하면서 군량미 조달 등에 큰 공을 세웠다.

<운천선조 호종일기 [보물], 소장:한국국학진흥원/ 기탁: 의성김씨 운천종택>

또한 김용의 관료생활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그가 춘추관 편사관으로 있으며 기록한 당후 일기 역시 보물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경연에서 임금에게 아뢴 내용을 비롯하여 참석 관원들의 명단과 날씨, 당시 정치 상황 등 다양한 정보를 기록하고 있다.

<운천선조 경연주대 [보물], 소장:한국국학진흥원/ 기탁: 의성김씨 운천종택>

그 외에도 예천군수, 상주목사, 홍주목사 등 목민관으로서 민심을 돌보며 백성들을 교화시키는 일에 전념하는 삶을 살다가 점차 당쟁이 심해지자 벼슬을 물리고 낙향하여 만년을 보냈다. 한편, 김용의 삶을 둘러보는 장소로 운천종택 외에 백운정을 찾아볼 수 있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귀봉 김수일이 지은 백운정 전경1,2>

개호송 숲 일원과 함께 안동의 대표적 명승지로 알려진 백운정은 임하보조댐 다리를 건너야 하기에 찾아가는 길이 조금 어렵지만, 김용의 아버지 귀봉 김수일이 지은 정자로, ‘백운’이란 ‘흰구름을 보며 어버이를 그리워한다’는 뜻이다. 김수일과 형제들은 백운정에서 아버지 김진을 추모하며 학문을 연마하였다.

<백운정 현판[유네스코아시아태평양지역기록유산], 소장:한국국학진흥원/기탁:의성김씨 운천종택>

현판 글씨는 미수 허목이 쓴 것으로, 김용의 증손자 김태기가 허목에게 부탁하여 받은 것이라고 한다. 또한 백운정 처마 아래 걸린 현판 가운데 김용이 아버지 김수일의 시에 차운 한 시가 새겨져 있어 백운정의 의미를 더한다.

<아버지의 시에 차운한 김용의 시를 새긴 시판>

어려서는 학봉 김성일로부터 학문을 배우고, 관직에 나아가서는 맡은 소임에 충실하며 많은 업적을 남긴 운천 김용은 사후 임호서원과 묵계서원에 배향되었다. 임호서원은 백운정 북쪽 기슭에 건립된 서원으로 전해지는데, 서원철폐령에 의해 훼철된 이후 임천서원의 옛터인 지금의 위치로 이건되었다고 한다. 건물 앞에는 ‘임호서당’ 현판이 걸려 있다.

<운천 김용을 제향하기 위해 건립된 임호서원(서당) 전경>

<임호서당 내에 걸린 임호서당(좌)과 임호서원(우) 현판>

운천 김용의 업적과 유적을 답사하기 위해 내앞마을의 역사부터 의성김씨 사람들의 가계, 그리고 운천 김용이 남긴 보물 자료들과 관련 유적지를 한 번에 살펴보았다. 독립운동의 성지로서 내앞마을과 독립운동기념관을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은 일정이지만, 독립운동의 불을 지핀 그 정신의 뿌리를 찾아 운천 김용과 그의 아버지 귀봉 김수일의 다섯 형제들의 유적도 함께 구석구석 찾아본다면 더욱 폭넓은 역사 탐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