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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과 의리의 실천, 의성김씨 오우당과 귀미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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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미마을은 경북 안동시 일직면 귀미리에 있는 마을로, 안동에서 의성을 거치지 않고 고운사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다. 귀미마을의 의성김씨는 신라 경순왕의 넷째 아들 의성군 김석을 시조로 삼으며, 조선중기에 오우당 김근이 외가가 있는 귀미리로 옮겨오면서 귀미리 의성김씨 집성촌을 형성하게 되었다. 김근의 6세손 구와 김굉이 크게 학문을 떨쳐 의성김씨 집성촌으로서의 위상을 높였고, 조선말기 영남 의병을 일으킨 척암 김도화도 가문을 크게 빛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귀미마을 전경>

영가지에 일직현을 살펴보면 귀미촌은 일직현의 동쪽 8리 되는 곳에 있는데 마을 주위에 산이 빙 둘러있고 물이 서로 얽혀 안고 돌아 마치 거북이나 뱀이 모인 모습 같아서 귀미라고 불리었다고 하며, 마을 뒷산이 거북의 꼬리모양 같다고 해서 귀미라 일컫기도 한다. 한편 미천이 마을의 서북쪽에서 굽이쳐 흐른다고 해서 구비라고 했는데 발음이 변하여 귀미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미천과 거북꼬리 모양의 산들로 둘러싸인 귀미마을 모습>

귀미마을 안에는 입향조인 오우당 김근을 비롯한 후손들의 강학공간이 모여 있어, 정사와 정자들을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한나절의 산책 코스를 계획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건물로 생담정사, 귀암정사, 손암정, 사휴서당, 자운정, 이산정 등이 있다. 생담정사는 귀미파 입향조인 오우당 김근의 강학공간이다. 처음에 초옥을 지어 생담이라 이름을 붙였는데 1795년 현재 생담정사의 규모로 중건되었다. 1795년 후손들이 그의 유덕을 기리고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 6세손 김굉의 주도로 현재의 생담정사를 중건하였다. 김근은 심성수양에 도움이 되는 다섯 벗인 소나무, 대나무, 매화, 국화, 연꽃을 심어 놓고 각 벗들에 대해 칠언절구를 짓기도 했으며, 그 다섯벗의 의미를 따 ‘오우’라는 자호로 삼았다고 한다.

생담정사 뒤쪽에 위치한 귀암정사 역시 오우당 김근의 유덕을 추모하고 위패를 봉안하기 위해 지은 건물로, 강학공간인 강수당과 제향공간인 영모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담정사 전경1,2>

<귀암정사와 입구 전경>

비록 관작에 나아가지는 않았으나, 학문과 후학양성에 힘을 기울인 오우당 김근의 학문과 정신은 후대로 이어져 정조 때 백성들을 위한 응지소를 올려 목민관으로 칭송을 받았던 귀와 김굉과, 의병 활동으로 이름을 남긴 척암 김도화를 배출하였다. 이들이 강학활동을 펼쳤던 공간 역시 귀미마을에 자운정과 이산정으로 남아 있다.

<자운정과 이산정 가는 길>

<자운정과 이산정 전경>

자운정은 귀와 김굉의 강학공간으로, 김굉은 백성을 위해 힘쓴 목민관으로서 칭송을 받았을 뿐만아니라, 세자시강원의 문학으로 세자교육을 담당했던 스승이기도 했다. 또한 6대조인 김근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생담정사와 귀암정사를 중수하고 건립하는 등 선조를 선양하기 위한 일에도 힘썼다. 대산 이상정으로부터 수학하였으며, 큰 대학자들의 문집과 류운룡의 『겸암집』, 최흥원의 『백불암고』, 이광정의 『소산집』등을 간행하는 데 참여했으며, 청성서원의 원장이 되어 영가지를 교정하는 데 힘을 쏟는 등 향 촌 지식인으로서 역할을 적극적으로 실천했다.

<자운정 전경>

척암 김도화가 강학하기 위해 지은 이산정은 원래 일직면 구천리에 있었던 건물로, 이산이 라는 말은 처음 정자가 자리 잡은 곳의 지명인 이구에서 따온 것이다. 김도화는 1893년 유일 로 천거되어 의금부도사에 임명되었으며, 1895년 을미사변과 단발령에 항거하여 안동의진 결성을 결의하고 안동통문 작성에 참여하였다. 권세연이 의병장에 물러난 이후 2대 의병장으로 추대되면서 의병조직을 정비하고, 의병을 일으킨 뜻을 왕에게 아뢰는 「창의진정소」를 올리며 각지로 격문을 발송하는 한편. 인근지역에도 의병을 모으는 소모관을 파견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1983년에는 건국포장, 1990년에는 애국장에 추서되었다.

<이산정 전경>

이 외에도 귀미마을은 의성김씨들이 400여 년을 지켜 온 마을로, 의성김씨 사람들의 학문 과 실천정신이 깃든 공간들이 다양하다. 한편, 귀미마을은 마을을 둘러싼 산과 미천이 이 루어내는 사계절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인근의 권정생어린이문학관과 몽실마을, 보물 누정 소호헌과 대산종택 등의 유적지도 함께 둘러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