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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도산서원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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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대표 유학자라 불리는 퇴계 이황 선생의 발자취를 가장 깊이 있게 느껴 볼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안동의 유교문화의 대표적인 문화유적지인 도산서원은 도산서당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가을볕에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이 아름다웠던 도산서원 초입 오솔길을 따라 낙동강이 흐르고 있었다. 주차장에서 멀지 않은 도산서원은 조금 걷다 보면 만날 수 있었다. 서원으로 향하는 길, 낙동강 한가운데 시사단이 보였다.

강 한가운데 섬처럼 솟아 있는 시사단은 정조 때, 규장각 대신 도산서원 잎 솔밭이 넓게 펼쳐진 낙동강변에서 열린 별과의 문제지를 소나무 가지에 걸어두고 시험을 보았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곳이다. 당시에 도산서원에 수용이 안될 만큼 너무 많은 응시자가 몰려서 강변으로 시험장을 옮겨 시험을 보았다고 한다. 이후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단을 쌓고 기념비를 세운 것이 지금의 시사단이 되었다. 안동댐이 만들어지면서 축대를 더 높게 쌓고 지금 자리로 옮겨 놓은 탓에 섬처럼 되어 버렸다.

오솔길을 지나 도착한 도산서원은 산자락 아래 볕이 따스하게 드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서원의 시작은 초가삼간이라 할 수 있는 세 칸의 작은 서당인 도산서당이었다. 50세가 넘은 나이에 후학양성을 위해 시작한 서당은 점차 증축되어 지금의 도산서원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퇴계 이황선생의 흔적을 찾아 도산서당의 건물부터 찾아보았다. 작은 마루와 방 한칸이었지만, 이곳에서 시작된 유학의 가르침이 어디까지 뻗어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송나라의 주희가 성립한 성리학을 본인만의 독특한 해석으로 성리학을 꽃피웠다 칭송받는 이황,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마루 끝에 앉아 그의 흔적을 되짚어보았다. 책 속에만 존재하던 인물을 그가 머물렀던 곳에서 되새기는 것도 역사 유적지를 찾는 즐거움일 것이다. 도산서당 앞의 작은 연못에선 연꽃이 피고 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마루를 돌아 뒤편에는 붉은 단풍이 물들어 있었다. 저물어가는 가을 울긋불긋한 단풍을 즐겨보는 것도 하나의 추억이 될 것 같았다.

도산서당을 계단을 따라 오르면 도산서원의 현판이 보였다. 퇴계이황 선생 사후에 추증된 도산서원은 전교당과 동재와 서재의 기숙사 건물, 퇴계 선생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교당 앞에 걸린 도산서원 현판은 한석봉이 쓴 편액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을 방문한 이들의 발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게 하는 곳이었다.

전교당에서는 퇴계 이황 선생의 종손이신 어르신께서 방문하는 이들에게 서원에 얽힌 이야기와 퇴계 이황 선생의 업적에 대하여 설명해 주고 계셨다. 오고 가는 관람객들이 많아서 힘드실 법도 한데 친절하게 한 켠의 자리를 내어주시고, 서원의 이야기를 들려주시니 친근함이 배가 되었다. 머리를 싸매며 공부를 해도 이해하기 힘든 성리학과 유학, 서원을 쉽게 설명 해주시고 우리가 놓치는 것 없이 꼼꼼히 보고 갈 수 있는 안내자를 자처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더불어 모델까지 되어주시는 센스가 너무나 유쾌한 분이셨다.

우리는 설명을 듣고 낙동강을 내려다보며, 공부에 매진했을 당시 선비들을 상상해보았다. 어쩌면 이렇게 좋은 풍경이 그들의 심신을 조금 더 평안히 하지 않았을까? 산세와 물길을 두루 갖춘 곳이었기에 더 많은 이들이 선생의 가르침을 이어 나갈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도산서원을 둘러보고, 인근에 위치한 퇴계종택으로 향했다. 종택은 한 가문의 맏이인 종손이 대대로 살아온 집을 말한다. 곧, 퇴계이황 선생의 집안 어르신들 중 종손이 계속 이어 살아온 곳이다. 현재도 퇴계선생의 종손이 살고 있는 살림채가 있고, 옆으로 관람이 허용된 정침과 안쪽의 이황선생의 사당이 있다.

도산서원에 비해 쓸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해질녘이 다되어 가는 시간 때문인지, 쌀쌀한 날씨 탓인지 알 수 없었다. 정침과 담벼락으로 나뉘어져 있는 살림채에서는 저녁밥 짓는 냄새가 풍겨오고, 마당에 풀어둔 진돗개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퇴계선생고택’ 현판을 지나 안으로 들어오면 처마를 높게 들고 있는 추월한수정이 있었다. 정자 건물에 유리로 문을 하여 이색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색을 어우러지게 잘 만들어둔 건물이었다. 기존의 건물이 화재로 소실된 것을 1920년대에 문중에서 다시 지은 것이라 한다. 계단을 따라 올라 건물 앞에서 사진도 찍어 보고, 대문만 무심히 열려있는 공간이라 정자 건물 안으로는 들어가진 않았다. 방문한 날 우리 외에는 아무도 없던 탓에 외관 풍경사진을 열심히 찍고, 해가 늬엇늬엇 넘어가는 시간이 다되어서야 발길을 돌렸다.

도산서원은 안동시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많이 관리하여 방문한 이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더 불러 일으키게 하고, 이야기를 가득 담으려 노력한 곳이라면, 퇴계종택은 무언(無言)으로 쓸쓸히 자리를 지키는 곳 같았다. 물론 아직 기거하는 분들이 계신 공간이라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고택체험이나 스테이 같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면 너무나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안동의 유교문화의 흔적을 하루 동안 실컷 느낀 날이었다. 도산서원의 시사단을 바라보며, 도산별과의 규모를 상상해 볼 수 있었고, 도산서당의 마루 끝에 앉아 기대승과 편지를 주고 받으며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이어진 두 사람의 흔적을 느껴보기도 했다. 이미 유학의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당시의 이황은 기대승의 편지한통 정도는 가볍게 무시해도 이상하지 않았을텐데 그와 필담을 주고 받으며, 결국 자신의 이론까지 수정하기까지 한 것은 진정한 스승의 자세란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안동에 와서 보고 느낀 하루는 쓸쓸하고 찬란한 문화유산이 이곳에 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