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즐기다
안동에도 여성신이 있다?
글 : 최유정(안동대학교 대학원 민속학과 석사과정생)
요즘 들어 안동 곳곳의 재미난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창작물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2017년 11월 21일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다음 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귀신이면 어때’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 무실 처녀당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되었다.
이 웹툰의 모티브가 되는 이 이야기는 무실마을에서 모셔지는 마을신인 당신(堂神)에 관한 내용이다.
즉, 무실마을 처녀당 이야기는 마을신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마을신화를 당신화(堂神話)라 한다.
당신화는 제당(祭堂)의 설립과 동제(洞祭)를 지내게 된 기원이기에 마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러기에 당신화는 마을주민들을 중심으로 전승된다.
특히, 박혁거세 신화나 주몽 신화와 같은 고대 건국 신화와 달리 당신화의 신은 태어나면서부터 비범하지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다.
처음 마을에 온 사람, 마을에 다녀간 유명 인물, 시집 못간 처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당신화의 주인공이 된다. 거기다 하늘에서 내려온 물건이나 특이한 자연물도 당신화에서는 신으로 나온다.
타지에서 온 필자에게 안동은 상당히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 도시였다.
그러나 보기보다 무실마을의 처녀당처럼 안동에는 여성을 신격으로 모시는 마을이 많다. 그리고 이러한 마을 중 오늘날까지도 당신화가 전해지고 있는 곳이 많다.
여기서는 오늘날까지 안동 지역의 마을 곳곳에 전해지고 있는 여성이 주인공인 당신화 2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귀신이면 어때’라는 웹툰의 모티브가 된 임곡면 수곡리 무실 처녀당 이야기이다.
마을에 살던 한 과년한 처녀가 시집을 못 가고 죽었다. 그 후로 이제까지 별 탈이 없던 마을에 재앙이 자꾸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마을 굿을 하기로 하였다. 굿판에서 처녀가 무당을 통해 말하기를, “나는 마을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어서 뒷산을 떠나지 못하고 있으니, 나를 마을 사람들과 같이 살게 해 다오” 하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논의를 통해 산에 당을 만들고 정월 열나흗날 추렴을 해서 제를 지내기로 하였다.
무실마을의 처녀당 이야기는 시집을 못 간 여성이 원혼이 되어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생기자 주민들이 이를 달래주기 위해 제사를 지내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대부분 당신화에서 여성은 무실마을의 처녀당 이야기처럼 시집 가기 전 억울하게 죽어 원혼이 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길안면 용계리의 당신화는 마을을 일으킨 여성의 이야기이다.
원래 용계마을에는 탁씨가 살았다고 한다. 깊은 산속에서 나무를 해 가며 살 때에는 지금의 용계리 은행나무가 서 있는 곳이 집터였다.
탁씨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건바골 들어가는 건너편 등성에 탁씨 딸의 묘가 있다.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는 탁씨의 딸이 세운 것이며, 처녀의 제사는 현재 탁씨 일가가 지내고 있다.
처녀가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를 세우게 된 연유는 이러하다. 어느 날 처녀는 강가에 있는 하얗게 까놓은 은행나무가 물에 둥둥 떠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처녀는 이상하게 생각하여 은행나무를 주워 부뚜막에 묻어 놓고 연속하여 물을 주었다. 물을 주고 정성을 들이니 곧 은행나무가 살아났다.
촉이 올라오면서 점차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게 은행나무는 점차 뿌리를 깊게 내리게 되었고, 세월이 흘러 처녀는 죽게 되었다. 이후 용계마을에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여 권씨도 들어오고, 이씨도 들어오고 하였다.
본래 용계마을에 살던 탁씨 가문은 점점 가세가 기울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상노인의 꿈에 처녀가 현몽하였다.
“내가 저 건너편에 있는 은행나무를 살린 처녀입니다. 나를 동네 성황으로 세워 주면 이 동네를 편안하게 해 주겠습니다.” 알고 보니 상노인 한 사람에게만 현몽한 것이 아니라 동네 몇 사람에게 그렇게 현몽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용계당이 세워졌다.
용계리의 당신화는 다른 마을에서 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사례이다. 이와 같이 안동에는 여성이 주인공인 당신화가 많은 만큼 그 사례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오늘날 마을의 규모가 축소되어 동제를 지내지 않게 되면서 이러한 당신화도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 비해 안동의 몇몇 마을에서는 여전히 동제를 지내는 곳이 많다. 이런 마을의 주민들은 여전히 당신화를 기억하고 있기에 이들을 통해 연구자들은 마을의 당신화를 기록으로 남겼다. 그 결과, 오늘날 여성이 주인공인 당신화는 기존의 안동의 이미지와 달리 색다른 느낌의 주기에 지역의 문화자원으로서 활용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참고 사이트>
· 디지털안동문화대전(http://andong.grandculture.net/?local=andong)
